관조하고 사유하다.

인간은 일생 동안 다양한 사건이나 일들을 접한다. 대부분, 영아기부터 청소년기까지는 보호자가 택한 환경에 따라 길을 걸어가지만, 성인이 된 이후부터는 개인이 가야할 길을 직접 선택하여 개척해 나간다. 이렇게 인간은 세상이 어두워지는 순간까지는 늘 길을 걷 고, 매번 다른 교차로를 만나게 된다.

이렇게 마주하는 교차로는 ‘쉼’이라는 시간을 무중력 상태로 만들고, ‘행선지’라는 나아갈 방향을 만들어 갈 기회를 제공한다. 교차로 사이를 걸을 때, 혹은 교차로에 머물러 있을 때, 인간은 무의식과 의식의 혼합속에 숨을 쉰다. 여러 개의 교차로를 거치며, 경험을 쌓 아가고, 이 반복의 순간들이 우리의 내•외적 자아를 만들어 낸다.

이번 나혜령 개인전 # 에서는 현재 작가가 바라보는 교차로에서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 고 고요한 마음으로 자유롭게 사유하는 순간들을 점,선,면으로 표현하였다. 무채색과 유 채색의 다른 포지셔닝을 통해, 두 가지 의식의 대조를 극명하게 나타내고 있다. 인생의 흔적을 나타내는 ‘면’은 작가가 그 동안 걸어온 길에서의 발자취를 보여준다. 교차로에 서 있는 순간, 작가가 하는 생각의 생명, 그 온도와 형태는 ‘점;과 ‘선’을 통해 나타난다.

개개인에게 주어진 보이지 않는 ‘흰색’이라는 무채색과 함께, 작품에 담긴 생각을 본인의 교차로에 투영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어, 그 여운을 오래 간직할 수 있길 바란다.

Illuhk (예술가)